『틀려라, 트일 것이다』를 읽고
- 한줄평: 내가 생각하기에 업무를 대하는 방식 중 가장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식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 추천도: 4.0/5

운명의 단짝을 만난 기분이었다. 스픽 별 관심도 없던 회사인데 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업무를 대하는 방식이 내가 생각하던 것과 이렇게 잘 맞는거지? 좋은 책 먼저 읽고 독후감 공유해주신 경택님 땡큐.
책 읽으면서 계속 혼자서 ‘맞아. 맞아.’ 이러면서 맞장구치고 그랬던 것 같다. 스픽의 생존 방식의 핵심이 곧 내가 되고 싶은 팀원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다.
로우-에고 프로페셔널리즘에 관해
에고가 쎈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강한 에고를 지니고 있어야만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맞을 때도, 틀릴 때도 있다라는 생각은 자신감이 없는 태도라고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생각해왔기에 스픽의 ‘로우 에고 프로페셔널리즘’이 나랑 잘 맞다고 생각했다.
하이 에고 매너리즘에 빠지자 모든 사람이 마치 구애하는 수컷 공작새처럼 자신의 깃을 있는 대로 세우고 뽐내기에 열중하는 듯한 현상이 피로하게 느껴졌다.
자기 어필도 중요한 시대가 맞긴 하다. 근데 속을 먼저 채우기보다 겉으로 보여지기를 우선시 하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가까이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한 속이 노출이 될까 조마조마하고 있다. 실질적인 자존감은 낮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겉을 두르는 거다.
제대로된 자존감을 우선 채워야한다. 그런건 많이 깨지고 실패해봐야 얻을 수 있다. 그런 어려운 상황을 직접 타개하고 성취를 얻어가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쌓인다. 오히려 성공만을 많이 해온 사람이 실패에 더욱 취약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에서 난 오히려 내게 찾아 오는 시련들을 한편으로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수많은 실패를 겪는데 왜 자존감이 오히려 꺾이지 않는걸까? 이에 대해 스픽은 이렇게 답했다.
모든 일에서 성장은 시도와 실패 그리고 오류와 교정을 반복하는 가운데 일어난다. 나를 틀리는 상황에 꾸준히 노출시키다 보면 ‘내가 했던 시도’가 틀렸을 뿐 ‘내가(혹은 내 존재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내가 틀렸다는 것이 아님을 더욱 깨달을 수 있기 때문에 실패는 내가 틀린 것을 나타내는 근거가 아니라 내가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드는 내 경험의 산물이 되는 것이다. 이것들이 쌓여서 이런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때의 자신감은 ‘내가 틀리지 않을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아니다. ‘나는 또 틀릴 수 있지만, 또 바로잡을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다.
빛 좋은 개살구
스타트업에 다니고 있는 나로서 정말 가끔씩 주변 친구들이 ‘저 형 대기업 어디어디 다녀, 저 형 어린 나이에 벌써 과장 달았어.’ 이런 얘기를 들으면 정말 괜히 시샘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소개하려면 꽤 오래걸린다. 회사 이름은 못 들어봤을게 뻔하고 내가 만드는 제품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회사 일 관련해서 나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근데 그게 딱히 문제가 안된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들었다. 무언가로 불리기보다 정말 내가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지 그게 더 중요한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좀 극단적으로 ‘빛 좋은 개살구’를 싫어하는 성향으로 바뀌게 되었다. 나름의 학위의 혜택을 받고 있는 나로썬 너무나도 모순적이지만 대학, 학위가 정말 큰 의미가 있을까, 그런걸로 자신을 정의하려고 하기에는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아닐까하고 말이다.
이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세상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보고 얼마나 인정해주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보다 자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이들은 업무의 영역이 넓고 때로는 그 경계가 흐릿해 직무명만으로는 자신이 하는 일이 온전히 설명되지 않을 때가 많다.
물어도 못봐?
‘물어도 못봐?’는 내가 옛날부터 가지고 있는 마인드 중 하나다. 진짜 비상식적으로 무례한 질문이 아니라면 난 웬만하면 물어보는 편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무엇이 별로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답을 들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로 소통하기 위해선 서로 거리낌없이 많이 물어봐야한다. 소개팅만 생각해도 모든 대화의 시작은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전 사실 클라이밍 좋아해요.’ 진짜 이상한 사람 아니고서야 이런 식으로 대화가 시작되지 않는다.
질문은 공격이 아니야. 긍정적인 호기심이지. 우리는 정확한 것을 찾기 위해 토론하지 않아. 보다 옳은 것을 찾기 위해 토론하지.
함께 일하는 팀원 분들이 나의 질문을 상대방에 대한 챌린지라고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질문을 챌린지라고 느끼는 이상 질문 하나에도 눈치를 봐야하고 그렇게 소통이 끊기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내가 높은 에고를 가진 사람들하고 잘 맞지 않나보다.
내게는 당연한 것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세상을 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적용하고 싶은 것들
팀의 팔자를 바꾸려면 팀의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 만약 스타트업에서 개개인이 자신의 약점을 개선하는 데에 몰두한다면 조직이 치러야 할 대가는 쓰다.
각자의 강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거에 집중해보자.
잘하는 것을 잘하기의 본질은 내 약점을 약점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의 부족한 점을 온전히 드러내고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팀을 만들자. 신뢰로 똘똘 뭉친 그런 팀 말이다.
몇 개의 아이디어 중에서 우리는 ‘재미없지만 그럴싸한 것’보다 기왕에 일을 해야 한다면 ‘만드는 사람이 재미있는 것’을 택한다.
재미있는 것들을 하자.
스픽에는 지표 사전이 존재한다. 이 문서에는 우리가 대시보드에서 사용하는 모든 지표에 대한 정의와 계산법이 표로 정리되어 있다.
대시보드 개발할 때 지표들 계산한 로직을 100% 정확하게 아는 건 그걸 개발하는 사람 밖에 없다. 그러니 그 로직을 정확하게 공개해야 사람들과 나의 visibility를 통일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표 사전을 만들어보자!
결론
로우-에고 프로페셔널리즘을 더 키워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