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결핍』을 읽고

『가짜 결핍』을 읽고
Photo by Nik / Unsplash
  • 한줄평: 내용이 어렵긴 하지만 한번쯤 읽어본다면 자신에게 있는 결핍의 고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 추천도: 3.5/5
가짜 결핍 | 마이클 이스터
저자가 진화심리학, 뇌과학, 행동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고, 결핍의 고리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발견한 사람들을 찾아나서는 탐사 저널리즘의 정수다. 2년간 6400킬로미터를 탐험하며 그 여정에서…

우린 계속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 이 행동이 내 삶의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행동을 끊임없이 한다. 일찍 잠들지 않으면 내일 피곤한 채로 출근하게 될 것을 알지만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쇼츠로 2-3시간을 보내면 그 시간을 후회할 걸 알면서도 끊어내질 못한다. 우린 왜 자신에게 유해하다고 판단하는 행동을 하게 되는 걸까? 이 책에선 결핍의 고리라는 메커니즘을 소개한다.

결핍의 고리의 3요소는 다음과 같다. 기회의 발견, 예측 불가능한 보상, 즉각적 반복 가능성.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회를 발견하게 되고, 그 기회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보상을 얻고, 그 기회를 빠르게 반복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그 행동이 우리에게 유익하든, 유해하든 그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우리에게 실제로 유익을 가져다주는 행위들은 보통 즉각적 반복 가능성이 어렵다. 오늘 하루 운동한 결과가 지금 당장 몸에 나타난다면 우린 계속 운동을 할 수 있겠지만 보통 1-2달 꾸준히 운동을 해야 그제서야 몸의 변화가 보이기 마련이다. 반면, 유튜브 쇼츠, 카지노의 룰렛은 행동한 즉시 그 행동에 대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반복하기도 너무 쉽다.

이 세상은 그들의 유익을 위해서 이 모든 것을 설계해놓았다. 초기 카지노의 슬롯머신은 카지노의 매출 비중을 크게 차지하지 못했다. 슬롯머신을 돌리는 건 재미가 없었고 보상도 딱히 매력적이지 않았다. 50%의 확률로 건 돈의 2배를 받는 것보다, 1%의 확률로 건 돈의 100배를 받는 것을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것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서 보상을 재설계했다. 하지만 그 보상을 얻기까지 평균 100번의 슬롯을 돌려야하기에 그 도중에 고객들이 나가떨어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중간 보상을 추가했다. 40%의 확률로 건돈의 1.2배 정도의 보상을 주는 거다. 수학적으로 슬롯을 돌릴 수록 마이너스를 볼 수 밖에 없지만, 그 중간 보상도 보상으로 느끼고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참 합리적이지가 못하다는걸 다시 한번 느꼈다.

숫자에 갇힌 뇌

우린 또 수치화하는 걸 참 좋아한다. 그게 효율적이긴 하다. 학생들이 어디까지 학습하였는지 시험을 봐서 등급으로 그들을 구별하는 것이 편하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속도를 얻는 대가로 방향을 잃고 말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적은 교육 시스템의 목적 그 자체가 되었다. 그리고 기업 세계에서는 혁신으로 이어질 만한 대담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보다 눈에 보이는 수치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한층 더 강화된다.

하지만 최근 AI가 강화됨에 따라 이제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AI가 다 따라잡고 있다. 수능은 곧 ALL 1등급을 맞을 것 같다. 우리가 누군가의 역량을 파악하려고 세웠던 기준들이 모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대담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사고하는 능력이다.

정량적으로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조금 들었다. 1년에 책을 그냥 많이 읽고 많이 배우는 데에 의의를 두면 되는데 1년 목표를 책 52권 읽기로 설정한 것도 그게 측정하고 점검하기에, 남들에게 표현하기에 더 쉬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결론

사실 우린 결핍의 고리가 있었기에 지금의 문명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릴 성장시켰던 결핍의 고리는 이제 우리를 잡아먹으려 하고 있다. 그 메커니즘의 농락에 사로잡혀 우리는 헛되고 유해한 것들을 반복하고 있다. 이 고리를 끊어내고 더 큰 보상, 더 큰 행복을 위해 풍요의 고리를 찾아 나설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