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을 읽고

『고백』을 읽고
Photo by Alex Shute / Unsplash
  • 한줄평: 높아지는 엄벌주의 사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 추천도: 3.5/5
  • Action Plan: 일단 나부터 자비와 용서를. 어렵겠지만.
고백
내 딸을 죽인 사람은 바로 우리 반에 있습니다라는 충격적인 고백과 함께 시작하는 미나토 가나에의 강렬한 데뷔작. 비채에서는 한국어판 출간 10주년을 기념하여 세심하게 번역을 다듬고, 세련된 디자인과 한결 가…

(스포주의)

추리소설은 내게 단순히 흥미진진하고 재밌게 읽히는 책에 불과했는데 이 책은 조금 달랐다. 2008년에 쓰였다는게 놀라웠다. 2008년부터 2024년까지 우리 사회가 발전하지 않은걸까. 이 책에 담긴 무거운 주제는 지금 다뤄도 손색없을 정도였고, 내 마음에는 정말 큰 흔적을 남기고 갔다.

중학교 한 학급의 담임선생님은 자기 학급 남학생 2명 때문에 딸을 잃었고 경찰은 사고사로 종결짓는다. 담임은 어차피 재수사가 되어도 소년법에 의해 큰 처벌을 받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사적 제제를 가한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를 찬찬히 읽어나가면 우리 사회와 많이 닮아있음을 느낀다.

최근 고연대에서 하나씩 이슈가 있었다. 고대에서는 한 인플루언서 분이 대동제 때 기자라는 신분으로 프레스존에 들어갔지만 브이로그를 찍으며 놀았다는 것, 연대에서는 한 인플루언서 분이 전세사기를 피하려 폭탄돌리기를 하려했다는 것.

그 이슈들을 보면서 나는 안타까웠다. 그분들의 잘못도 있겠지만 그분들을 비난하는 다른 사람들은 과할 정도로 그들을 비난했다고 생각한다. 책에 있던 한 문단이 생각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남에게 칭찬받고 싶다는 소망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착한 일이나 훌륭한 행동을 하기란 힘듭니다. 그렇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질책하면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가장 먼저 규탄하는 사람, 규탄의 선두에 서는 사람에겐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겠지요. 아무도 찬동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규탄하는 누군가를 따르기란 무척 쉽습니다. 자기 이념은 필요 없고, ‘나도, 나도’ 하고 거들기만 하면 그만이니까요. 게다가 착한 일을 하면서 일상의 스트레스도 풀 수 있으니 최고의 쾌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한 번 그 쾌감을 맛보면 하나의 제재가 끝나도 새로운 쾌감을 얻고 싶어 다음번에 규탄할 상대를 찾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잔학한 악인을 규탄했지만, 점차 규탄받아야 할 사람을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이미 중세 유럽의 마녀 재판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벌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슈카월드에서 다뤄진 <높아지는 엄벌주의>, 넷플릭스 지옥에 나오는 화살촉, 드라마 비질란테, 국민사형투표.

수많은 미디어에서 사적제재에 대해 다양한 시선을 다룬다. 물론 현재는 사적으로라도 제재하는게 맞다는 의견이 더 많은 것 같다. 근본적인 이유는 법으론 처벌의 수위가 낮음에 있다. 나도 솔직히 좀 동의한다. 소년법 폐지되면 좋겠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범죄자를 교화하려는데 주목적이 있지, 엄벌하고 처벌하는게 주요하지 않다.

우리에겐 그들을 벌할 권리가 없지만 우린 그들을 벌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들은 잘못했으니까.. 하지만 다시 언급하자면 우리는 그들을 벌한 권리가 없다. 그렇기에 최대한 나락이라도 보내려는 것이다. 나락퀴즈쇼가 괜히 유행하는게 아니다. 나락이,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처벌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종교인으로써, 이 사회에서 자비와 용서가 없어진 것 같아 슬프다. 착하게 살면, 천국에서 상급받는 것이 아니고 몸의 사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고 그냥 호구로 취급받는 이 사회가 병들고 아프다고 호소하는 것만 같다. 사기꾼들, 범죄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로 취급받은 우리나라, 어디서부터 고쳐나갈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이런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일단 나부터 자비와 용서를 갖추는게 시작이겠다.


다음 책은 『톰 피터스 탁월한 기업의 조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