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소피 랩』을 읽고

『필로소피 랩』을 읽고
Photo by Evan Karageorgos / Unsplash
  • 한줄평: 토막글로 이루어져 있어서 책에 몰입하기는 어려움. 다만 한번에 많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얕게나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좋았음.
  • 추천도: 2/5

유튜버 너진똑 님께서 추천하신 필로소피 랩 을 읽어보았다. 거의 1년전 쯤에 인문학이라곤 아는게 하나도 없는 내가 지대넓얕 1,2,3를 모두 읽어보고 인문학, 철학에 관심을 한번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더 재밌는 책들을 많이 만나서 철학책을 읽지 못하다가 너진똑 영상으로 이 책을 알게된 것이다. 딱 나처럼 인문학 입문자들을 위한 짧고 가볍게 다양한 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해주는 책이었다. 그래서 각잡고 읽어보았는데 완독하기 진짜 쉽지 않았다. 그래서 원래 이번주 일요일에 독후감을 올렸어야 했는데 이제 다 읽어서 지금 올리는 것이다. 한 학자의 한 사상을 주제로 정말 2-3쪽 밖에 되지 않는 얕은 이야기를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는데 이런 특성 때문에 흐름이 한번 깨지면 다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장편 소설처럼 내용이 계속 빌드업 되는 느낌이면 다음 내용은 무엇일까하며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이 책은 빌드업이라곤 1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독하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신수정 님의 일의 격 과 같은 책도 이런 에피소드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 그 책은 한 에피소드마다 내가 얻어갈 것들이 분명하게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한 주제로 얘기할 때, 설명하고 따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 않다보니까 ‘음.. 그렇구나..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입문자를 위한 책이었다면 조금 더 앞으로의 방향성을 짚어주면 어땠을까 이런이런 방향이 있다라는 어느 정도의 틀은 잡아주는게 어땠을까.. 그냥 엄청 점을 냅다 찍고 연결은 하나도 해주지 않으니까 몰입도 되지 않았고 얻어가는 바도 많지 않았다. 그래도 그 여러개 점 중에서 인상깊었던 몇 개를 얘기해보려고 한다.

칸트는 인간의 이성은 살아가며 지킬 준칙을 가려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보편화가능성(universalisability)이다. 이 방법은 스스로 이렇게 질문하는 것이다. “남들도 다 똑같이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행위를 다른 사람들도 모두 서슴없이 다 한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이성적으로 판단을 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였을 때 논리적으로 붕괴하는 준칙을 칸트는 인간의 완전 의무라고 불렀다. 도덕적 딜레마에 빠졌을때 이 칸트의 간단한 방법을 활용하여 사고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왜 서로를 돕고 사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그럴듯한 논리는 그 행위가 결국 본인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문제 해결을 위해 도움을 줄 때 정말 큰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더 그런 도움을 많이 주고 싶다. 그 사람이 감사하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는 나 스스로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러기에 더 이타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책을 보다가 나와 동일한 생각을 한 학자의 논리를 접하게 되었다. 아인 랜드의 이성적 이기주의. 랜드에 따르면 인간이 자기를 챙기는 것은 이성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모든 행위는 개인에게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한다면 친구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하는 것, 울타리를 고치는 이웃을 돕는다면 다음 태풍 때 이웃의 도움을 받으려는 속셈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다. 자기 자신에게 이득이 하나도 되지 않는데, 자기 자신을 뒷전에 두는 행위에 과연 이성적인 구석이 있을까?

깊은 생각에 빠지는 걸 좋아한다면 이 책을 붙잡고 한 구절을 읽고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는 아직 쪼렙이라 쉽지는 않았지만 나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모멘트는 많았다.


다음 주에는 유튜버 드로우앤드류 님의 『럭키 드로우』독후감으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