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하는 2024, 계획하는 2025
한 해를 돌아본다는 행위는 그 자체로 재미가 있다. 1년동안 쌓였던 인상깊었던 기억들을 다시 꺼내보면 그때 느꼈던 뿌듯함, 행복이 다시금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행복한 순간은 지나가기 마련이기에 그걸 붙잡고 있기 보다 잘 놓아주어야 한다는 설교 말씀이 떠오르기도 한다.
작년 회고는 월별로 가장 하이라이트였던 순간들을 좀 정리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년도 회고는 깨달은 점을 한 줄로 딱 적고 그 밑에 우다다 있었던 일을 써볼까한다.
- 자격증 시험공부는 정말 그 자격증을 위한 공부이며, 그 분야를 공부하기 위한 목적에는 적합하지 않다.
2023년 1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총 1년 동안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위해서 거의 쉬지 않고 하루에 2-3시간씩 공부했었다. 이 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부동산 분야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무작정 부동산 관련 책을 읽는걸로는 뭔가 잘 공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성취감도 아쉬웠다. 그래서 고민하던 중 공인중개사이신 부모님하고 논의를 하다가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자격 취득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고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와 일치했다고 생각했기에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2024년 5월까지는 재밌게 했던 것 같다. 모르는 법을 공부하는 건 그 자체로 재밌었다. 하지만 5월 이후로는 배웠던 것을 반복하면서 시험을 위해서 중요한 부분을 암기하고 문제를 잘 푸는 요령을 배워야했다. 이 과정에 들어가면서부터 회의감이 왔던 것 같다. 더 이상 부동산 관련 공부가 아니라 자격증 시험 문제를 잘 풀기 위한 공부가 되었다. 어쨌든 결론은 잘 합격해서 기분이 좋았지만 이 과정에서 난 정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앞으로 나는 어떤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서 그 분야와 관련된 자격증 시험을 절대 보지 않을거다. 생각보다 이 유혹이 크다. 새로운 무언가를 공부할 때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막막한데, 그때 자격증 시험은 딱 정해진 목표가 있고 범위가 있고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으니깐 말이다.
이번뿐만 아니라 사실 대학생 때도 이런 유혹에 자주 빠졌었다. 디지털포렌식에 관심 있어서 디지털포렌식 2급 자격증에 준비했었고, 리눅스마스터 자격증도 준비했었고, SQLD 자격증도 준비했었다. 결국에 다 흐지부지였다. 그 자격증 공부가 곧 그 분야 실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에는 다르겠지라는 생각으로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했었고 내가 느낀 바는 이전과 다를바 없었다.
그러니 난 앞으로 정말 자격증 시험 절대 준비하지 않을거다. 더 좋고 효율적인 공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토익, 토플 준비를 하기 보다 밖에 나가서 직접 외국인들과 대화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이고 개발을 잘하고 싶어서 정처기 자격증을 따려고 하기 보다 직접 토이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개발하는게 나을 것이다.
굉장히 부정적인 스탠스로 말했지만 자격증 준비했던 시간들을 후회하진 않는다. 큰 깨달음을 얻었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서 재밌었고 가장 크게 좋았던 건 부모님과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거다. 기존에 내가 하던 AI, 개발 분야로는 부모님이 아시는 바가 없기에 대화하기 어려웠지만 이 부동산 쪽은 얘기할 꺼리가 많았다. 그래서 좋았다.
- 고객에게 헌신한다는 마음으로 내 시간과 노력을 쏟아서 제품을 개발하면 될 것 같다.
1년 동안 일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매출을 늘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다른 사람의 돈을 끌어온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걸 깊이 깨달았고 그들에게 정말 뛰어난 가치를 주지 않는 이상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돈을 끌어올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뭐라고 그들에게 뛰어난 가치를 줄 수 있을까? 개발도 쪼렙이고 아직 AI를 안다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경험도 부족하고 제품 개발 경험은 더더더더 부족하다. 이런 부족한 내가 고객에게 어떻게 좋은 가치를 줄 수 있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고객에게 시간을 쓰고 노력을 붓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이다. 기술력을 어필하면서 접근하기엔 난 쪼렙이다. 그래서 ‘내가 진심으로 당신들의 어려운 점들을 듣고 해결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테니 나를 한번 믿어달라.’는 내 진심을 전하는데 노력했다.
그 노력이 어느 정도 먹혔던 한해였다. 개발해달라고 하면 개발했고 개선해달라고 하면 최선을 다해 팀원과 논의하면서 더 좋은 방법으로 개선했다. ROI를 따지지 않았다. 그냥 다 퍼주려고 했다. 다소 무식한 방법이고, 전혀 scalable한 방법도 아니라는 걸 나도 안다. 하지만 내겐, 우리에겐 이런 경험이 조금이라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형식으로든 정말로 고객에게 가치를 주는 경험 말이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어떻게 고객과의 신뢰를 쌓을 수 있을지 감을 잡은 것 같다. 물론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잡았다.’ 라고 말하기보다 ‘잡은 것 같다.’ 라고 말했다.
- 나는 작심삼일이다. 그러니까 더 많은 계획을 세우고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서 좋은 습관들을 지속해나가자.
2024년, 생활 1년 목표는 ‘규칙적이고 부지런하게 좋은 습관을 들인다.’ 였다. 하지만 잘 실천하지 못한 것 같다. 독서도 충분히 더 할 수 있었지만 하지 못하였고, 운동도 마찬가지, 재정적인 부분도 계획 안에서 잘 통제하지 못했다. 늦잠도 너무 많고 내 안에 나쁜 습관들이 아직 많다.
정말 어렸을 때부터, 초등학생 때부터 난 계획 짜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수학 문제집 하나를 풀어도 언제까지 어디까지 풀건지 1달 정도의 계획을 세워서 종이로 출력해서 벽에 붙여놓고 내 진도를 체크했었다. 하지만 그 진도체크표에 있는 체크표시가 1주일 넘게 채워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ㅋㅋ 계획을 세우는 걸 좋아하는 만큼 계획을 실천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진 못했던 것 같다.
지금도 비슷한 것 같다. 이번주는 꼭 책 1권 읽어야지, 이런거 해야지라고 세우지만 금방 1주일이 지나고 하나도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가장 큰 원인은 그 지나간 1주일을 어떻게 살았는지 리뷰하지 않았고 고칠 점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로운 한해는 Weekly Review 세션을 개인적으로 계속 가져가볼까 한다. 1주일 동안 잘 살았는지, 다음 1주일은 어떤 목표로 살아갈건지 계획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기존에는 월마다 회고를 했었지만 회고 주기를 더 짧게 가져감으로써 나라는 Agent에게 보다 짧은 주기로 reward를 계산해서 줘야겠다.
항상 일요일 오전에 늦잠을 잤었는데 이 시간을 잘 활용해서 시작해보려고 한다. 지금 이 회고글도 일요일 오전에 쓰는 중. (이었는데 길어져서 이제야 올린다.)
2025년 신년 목표를 세워보았다.
- 책 52권 읽기. 일주일에 하나씩 읽으면 된다. Weekly Review 세션 때 독후감도 쓰고 다음 읽을 책을 계획할 예정이다.
- 매주 1회 이상 운동하기. 원하는 목표 체중에는 달성하였고 이제 유지만 잘 하면서 체지방률만 줄이면 좋을 것 같다. 클라이밍을 다시 하고 싶어졌다. 집 근처는 아니지만 20분 정도 거리에 클라이밍장이 있어서 주기적으로 가볼까 한다. 운동 재밌게 하자!
- 원하는 공부 마음껏 한다. 지금으로썬 암호해킹이다. 한살이라도 더 어릴때 원하는 걸 많이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한번에 하나씩만 하는거다. 선택과 집중하는거다. 지금 목표는 Cryptohack 1등 찍는거다. 아이 재밌겠다.
- 계획했던만큼 저축하기. 선저축 후소비하기. 계획적으로 소비하자. Weekly Review 세션 때 다음 일주일 때 쓸 예산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만 무조건 소비할거다.
2025년도 화이팅! 하루하루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