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을 읽고

『요즘 애들』을 읽고
Photo by Randy Tarampi / Unsplash
  • 한줄평: 번아웃을 겪은, 겪는 중인, 겪을 예정인 모든 MZ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 추천도: 5/5
  • Action Plan: 번아웃이라는 현상에 대해 더 공부해봐야겠다.
요즘 애들
부모처럼 살기 싫지만 부모만큼 되기도 어려운 세대, 밀레니얼. 그들은 ‘이번 생은 망했다’면서도 탈진 직전까지 일에 몰두하고, 필패하도록 설계된 체제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며 자조한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밀레니얼 세대 전반에 만연하게 퍼져있는 번아웃이 메인 주제다. 밀레니얼 다음 세대인 우리 세대도 참 번아웃하고 친하다. 우리는 쉬는 것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이렇게 세상을 빠르게 변하는데 나 따위가 쉬어도 되는가? 하는 생각에 맘 편히 쉬지 못하기도 한다.

놀라울만큼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우리와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한 20년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하는 고민들을 그들고 똑같이 겪었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다. 이래서 역사 공부를 해야하는 것일까?

우리 세대는 번아웃에 쉽게 노출되어있다. 우리는 계속해서 치열함을 강요당하며 쉴새 없이 밀어붙여진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어린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렇게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학점을 챙기고, 공모전에 나가서 수상을 하고, 학회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네트워크를 쌓고, 방학 때는 휴식은 무슨 좋은 기업에 인턴으로 지원해서 실무 경험을 얻어야 한다.

책 속에서 케이틀린의 인터뷰를 들으면, ‘왜 내 얘기가 저기 있지?’ 싶을 거다.

“어른이 되어 보니,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냥 쉴 때 죄책감을 느껴요. 대학에서는 학기당 18학점에서 19학점을 듣고,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고, 동아리 활동과 자원 봉사를 하고, 연극과 뮤지컬에 참여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면서도 뭔가 부족하다는 기분이었죠.”

내 대학 생활도 비슷했다. 20살이 되어서 바로 과외를 2개 이상 돌리고 20학점 이상을 들으면서 꼭 공부하는 동아리에 들어가 모든 과제를 수행해내고 대회를 나가고 여유로울 때는 코딩을 하고 해킹을 하며 나 자신을 발전시켜나갔다. 친구들과 놀고도 싶었지만 그런 시간을 억지로 줄였고 드럼을 정말 치고 싶었지만, 밴드동아리에 1차 합격도 했지만 끝내 과외시간과 연습시간이 겹쳐 포기하게 되었다.

나는 내 대학생활이 후회되진 않는다. 그렇게 노력했기에 지금도 좋은 기회들, 행운들이 나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근데 그렇다고 엄청 자랑스럽지도 않다. 자랑스럽지 않지도 않다. 그냥, 뭐랄까.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내가 어떨 때는 측은하다. 우리 모두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갈수록 우리는 번아웃에 놓이고 예민해지고 서로에 대한 배려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사회적인 갈등은 더 커지는, 이 모든 상황에 내가 치유해낼 수 있는 건 없어보이고 그냥 안타깝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과 같은 이 삶이 누군가에게는 누리는 것이 아닌 살아내야 하는 상황이 내게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 전 세대인 밀레니얼부터도 성공하기 위해선 스스로를 번아웃으로 몰아넣어야 했다. 그리고 우린 아직까지도 그러고 있다.

“번아웃은 가면 갈수록, 밀레니얼 세대에선 더더욱, 단순한 일시적 병증이 아니다. 번아웃은 우리 시대의 상태다. 번아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번아웃은 사회적 문제다. 생산성 앱, 불렛 저널, 마스크팩 피부 관리, 망할 놈의 오버나이트 오트밀 따위로 치유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번아웃에 대해,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서 이제 번아웃을 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냐고? 아니다. 전혀 아니다. 나는 계속 치열하게 살 것이다. 정말 안타깝지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사회가 변하지 않기에 나 혼자 변해서 도태되는 건 상상만 해도 두렵다. 사회의 문제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느꼈지만 내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는 없으니 계속해서 개인을 가꿔나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그러지 않고서는 잘 살아나갈 자신이 없다. 지금까지 치열하게 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왔는데 책 한 권 읽었다고 갑자기 맘이 변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근데 맘 속의 작은 변화가 일어난 것 같긴 하다.

“과로의 이데올로기가 어찌나 치명적이고 만연한지, 우리는 과로의 한복판에서 이 상태까지 오게 된 건 온전히 개인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든걸 갑자기 수월하게 만들어 줄 알맞은 인생 팁을 몰라서 이렇게 된 거라고 자기 자신을 탓한다. 그게 <그릿>과 <시작의 기술> 과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이유다. 그들은 해결책이 바로 여기, 우리 손이 닿는 범위 안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 눈에 문제는 현재 경제 체제도, 체제를 착취하고 거기서 수익을 얻는 회사들도 아니니까. 문제는 우리니까.”

이 책을 읽게 되어서 감사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부터 Z세대까지의 역사를 살펴보니 번아웃은 우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나름의 확신을 얻었다. 위안이 되었다. 지금 당장 나는 이따금씩 찾아오는 번아웃에 또 힘들어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목표가 생겼다. 나는 종종 내게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장기적인 행복을 추구하고 누리면 좋겠다.’ 라고 답변했었다. 그 꿈을 구체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에 만연하게 퍼진 번아웃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는 것.’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향되지 않은 가치관을 정립하기 위해서 여기서 언급한 <그릿>도 읽어볼까 한다. 거기선 번아웃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아, 책에서 언급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도 읽어보려고 한다. 읽을 책 참 많다.

마지막으로, 나의 글이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여기려는 목적이 아니었음을 밝히고 싶다. 그들의 노력을 잘못으로 치부할 생각도 전혀없다. 단순히 나를 포함해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은 이걸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반드시 이렇게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라는 작은 의문을 한번 던져보는 것이다.


다음 책으로는 콜드콜의 정석인 『프로미스』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