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Photo by Sebastian Pena Lambarri / Unsplash
  • 한줄평: 내가 소설하고 좀 안 맞나? 분류화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싶은 것 같긴 한데 이렇게 어렵게 얘기할 줄이야.
  • 추천도: 2 / 5
  • 나의 Action Plan: 없는데..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집착에 가까울 만큼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19세기 어느 과학자의 삶을 흥미롭게 좇아가는 이 책은 어느 순간 독자들을 혼돈의 한복판으로 데려가서 우리가 믿고 있던 삶의 질서에 관해 한 가지 의문을 제기…

내 기억을 더듬어 보았을 때, 내가 소설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추리소설도 소설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런 논픽션 소설은 처음이었다. 다 읽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이 책이 왜 유명하지..?' 였다. 너무 별로인 책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읽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나는 책에서 전달하는 바를 명확히 캐치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부류의 소설은 특히 그런게 어렵다. 자기계발서를 떠올려보자. 『사장학개론』, 『거인의 리더십』등등.. 이런 책들은 이미 제목부터 나에게 어떤 얘기를 해줄지 감이 팍 온다. 그렇게 받아먹는 것에 익숙해져 그런지 소설은 나에게 너무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내가 굉장히 심오한 얘기를 안에 숨겨놨거든? 잘 읽고 찾아봐~' 라고 내게 말하는 것 같다.

이 책을 해석하기가 굉장히 어렵지만 우선 어떤 다른 이들의 해석을 보지 않고 내 스스로 한 번 해석해보려고 한다. 그러고 다른 해석들과 비교를 해봐야지. 저자는 우리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 같았다. 첫째는 '우리는 왜 살고 있는가?' 에 대한 심오한 고찰이다. 우리는 우주 관점에서 보면 점의 점의 점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생물이다. 우리가 이곳에 태어난 이유는 모르겠다고 쳐도 왜 계속해서 살려고 하는 것일까?

별이나 무한의 관점, 완벽함에 대한 우생학적 비전의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생명이 중요하지 않아 보일지도 모른다.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무한히 많은 관점 중 단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버지니아주 린치버그에 있는 한 아파트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그 한 사람은 훨씬 더 많은 의미일 수 있다. 어머니를 대신해주는 존재, 웃음의 원천, 한 사람이 가장 어두운 세월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근원.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질척거리는 변명도, 죄도 아니다. 그것은 다윈의 신념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서로에게 중요하기에, 서로에게 하나의 원천이 될 수 있고 큰 의미가 될 수 있기에 계속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내게 명쾌한 답은 되지 못했지만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었다.

두번째는 분류, 범주화는 우리의 시야를 가린다는 것이다. 소설의 큰 역할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는 일생을 물고기의 이름을 짓고 분류하는데 사용했지만, 알고보니 어류라는 분류 자체는 옳지 않았다. 물고기는 분류의 효율성 측면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데이비드는 완전히 잘못된 세상에서 평생을 살다 간 것이다.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해골 열쇠를 하나 얻었다. 이 세계의 규칙들이라는 격자를 부수고 더 거침없는 곳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물고기 모양의 해골 열쇠. 이 세계 안에 있는 또 다른 세계.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고 하늘에서 다이아몬드 비가 내리며 모든 민들레가 가능성으로 진동하고 있는, 저 창밖, 격자가 없는 곳.

물고기를 포기할 수 있는가? 세상이 정해진 틀을 벗어나서 사고할 수 있는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게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나를 표현하는 수많은 범주들 (20대, 머신러닝엔지니어, 고려대 등등) 을 포기하고 벗어나서 살 수 있는가?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저자는 외치는 것 같다. 온전히 '나' 로서 살기를 바라는 느낌이 들었다.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책이라고 하지만 호불호라기보다 내 생각엔 그냥 실력 차이인 것 같다. 나는 소설 쪼렙이다보니 이 책에서 정확히 말하고자 하는 바를 캐치하는데 어려움을 겪어서 불호였다. 이걸 호불호라 말하는 건 약간 수학을 호불호라 말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 든다. 그냥 잘해서 좋아하고, 못해서 싫어하는 건데 그걸 취향 차이로 덮는 느낌? 아님 말고.. 그냥 나는 내가 이런 류의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못해서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얻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다음에 또 다시 읽어보기로 하자..


다음주는 『아파트 청약 이렇게 쉬웠어?』라는 부동산 관련 책의 독후감으로 찾아오겠습니다!